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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설교_F/절기설교

막 15:16-20_고난주간 목요일

by 우루사야 2024. 3. 27.

고난주간 목요일입니다. 빌라도의 비겁한 판결 후 예수님은 이제 사형집행을 위해 길을 나서게 되셨습니다. 예수님은 이 길을 걷기 위해 변론하지 않으셨습니다. 오로지 당신이 인류의 대표자요, 인류가 저지른 실수와 배반을 책임지겠노라며 "왕"이라고 말하실 뿐이었습니다. 아담이 책임지지 못한 이 자리에 예수가 오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책임에 따르는 모욕과 수치를 당하시게 됩니다. 20절부터 보시죠. 

20희롱을 다 한 후 자색 옷을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히고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가니라

우리는 이지점에서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됩니다. 고통을 당하시기로 하신만큼 "사형"을 당하시면 되지, 왜 굳이 희롱까지 당하셔야만 하셨을까요. 십자가만 해도 이 세상을 만든 성자 하나님께는 충분히 모욕적입니다. 당신이 창조한 피조물로부터 사형을 당하는 조물주라는 모순과 같은 이 관계만해도, 충분히 치욕적입니다. 왜 예수는 이렇게 희롱까지 당하셔야만 하셨던 것일까요? 여기서 로마군의 입장에서 서서 예수를 한번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지금 예수는 사형판결이 난 사람입니다. 몇 시간 후면 사형대에 올라서 죽을 사람이죠. 여러분이 다 쓴 스케치북이 있다고 볼까요? 온갖 군데군데 색칠, 낙서, 망한 그림들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그 스케치북은 쓸모가 없습니다. 때문에 잠깐 메모가 필요하거나 볼펜끝에 뭉친 잉크덩어리를 떼어내는데 그 스케치북을 사용하거나 껌을 뱉을 때 필요한 종이를 위해서 부욱 찢어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스케치북은 이제 쓸모없어 버리기 직전이기 때문이죠. 지금 예수는 그러한 상태까지 내려오셨던 겁니다. 16-19절입니다. 

16군인들이 예수를 끌고 브라이도리온이라는 뜰 안으로 들어가서 온 군대를 모으고17예수에게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 씌우고18경례하여 이르되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고19갈대로 그의 머리를 치며 침을 뱉으며 꿇어 절하더라

군인들이 희롱을 어떻게 했는지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머리에 가시로 엮은 관을 씌워서 머리로부터 붉은 피가 흐르게 만듭니다. 막대기로 머리를 치면 칠 수록 그 가시관은 이마에 점점 박히게 되니 붉은 피는 어느샌가 온 몸을 뒤덮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대사회에서 가장 치욕적인 행위 중 하나인 침을 뱉음으로써 모욕을 당하게 합니다. 이렇게 예수는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전락되었습니다. 성부 하나님께서는 왜 예수를 바로 사형대에 오르게 하지 않으셨을까요? 왜 이런 과정을 겪게 하셨을까요? 

여러분. 예수는 막대해도 되는 사람까지 내려가고자 하셨습니다. 가장 낮은 위치까지 내려오게 되셨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는 인류의 대표자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류를 대표해야 하는 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는 희롱과 조롱, 모욕과 치욕을 당하심으로써 가장 낮은 자의 위치까지 끌어안으십니다. 그런데 반면에 군인들의 행동은 예수를 향해서 또 다른 위치를 표현해주게 됩니다. 우선 예수를 브라이도리온이라는 헤롯궁전 안에 있던 총독관저로 데려갑니다. 가장 큰 권력가의 장소죠. 그곳에서 군인들이 모입니다. 그리고 관을 씌우고, 경례하며, 왕이라고 칭합니다. 마침내 꿇어 절합니다. 바로 가장 높은 자의 모습인 왕의 모습입니다. 네, 지금 예수는 가장 낮은 자리의 사람들이 당할 법한 일과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당할 법한 일 모두를 한번에 로마군에게 받고 있습니다. 다시 20절을 보시죠.

20희롱을 다 한 후 자색 옷을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히고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가니라

예수는 이 시간을 온전히 보내신 후에야 십자가에 못 박히러 나아가시게 되었던 겁니다. 우리는 예수의 희롱을 바라보며 무엇을 깨달아야 할까요? 예수가 품고 있는 그 대상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겠죠. 예수는 나를 끌어안기 위해 가장 콧대 높은 모습과 가장 처참한 나의 밑바닥 모습 모두를 품고자 하셨습니다. 예수는 그렇게 나를 이해하시기 위해 나와 동일한 세계에 계시며 그 속에서 내가 져야 할 책임과 의무를 대신 지셨던 것입니다.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합시다. 예수는 이 고난을 온전히 이루기 위해서 조롱당하셨습니다. 우리가 재판장에서 나의 모든 죄들이 낱낱히 밝혀져 당했어야 할 조롱과 희롱 모두를 예수는 다 당하고자 가장 낮은 자리의 모습에서부터 가장 높은 자리의 모습까지 품어내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다 왕이 아니며, 다 나를 대표해주는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당해야 할 아픔과 고통을 끌어안을 수 있는 자가 나의 대표자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는 참으로 나의 대표자요, 나의 주요, 나의 구원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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