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AYAMEMORY
연구_E/신학

안식일은 저항이다_월터 브루그만

by 우루사야 2024. 2. 2.

안식일.jpeg
0.02MB

 

13년도로 기억한다. 합신총회에서는 합신대학교대학원에 "안식일"에 관한 주제로 세미나를 요청했다. 
당시까지만해도 교인감소 주제는 그렇게 화두가 아니었다. 아직까진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다. 여튼 그때까지만해도 주일성수 강조를 위한 여지를 만들고자 합신총회가 내린 방책이었다. 
아무래도 주일성수와 십일조 두가지로 신앙생활을 강조해오던 보수교단이 학문적으로 주일성수를 강조하고자
함은 따분하면서도 어찌보면 생존의 기로에 서있던 총회의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뚜껑이 열리기도 전이었다. 총회 임원이 세미나 인삿말을 하는데 있어서 서론이 매우 길었다. 
그랬다. 세미나 책자를 보니 합신대 교수님들은 총회가 바랬던 결과와 정반대의 주장으로 채우셨던 것이다. 
구약학 현창학 교수, 신약학 김추성 교수, 역사신학 한성진 교수의 발제들이 하나같이 
"하나님을 기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알라딘에서 가끔 거장들의 이름으로 검색하다보면 보물을 발견하곤 한다. 
그랬던 책이 오늘 언급하고 싶은 "안식일은 저항이다"라는 월터 브루그만의 책이다. 
월터 브루그만은 구약학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세계적인 구약학 거장으로 그의 책은 안심하고 보아도 좋기에 
고민하지 않고 바로 주문했다. 중고서적이다보니 책갈피가 있었는데 한동대 학생이 읽다가 
멈췄나보다. (뒷부분으로 갈 수록 주해 또는 강해 성격이 짙다.)
적당한 페이지로 구성되어있으면서도, 갈수록 그의 근거가 점점 더 더해져 
안식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래서 교회라는 공동체가 주일에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까지 생각이 이어지는 좋은 시간이었다. 

한마디로 "안식하라"였다. 그런데 제목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우리 주변에는 안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저항"해야 한다. 세상에서 안식하고자 하는 자들은 저항해야 한다. 
그런데 홀로 할 수 없다. 함께 해야 한다. 
그래서 교회는 안식하고자 하는 자들이 함께 저항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 안에서 평안을 누릴 수 있다. 

월터 브루그만은 4번째 계명,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를 
십계명의 중앙부로 위치해놓는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장에는 
10번째 계명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로 마무리짓는다. 
이웃을 사랑함은 이웃의 것을 보존시키고 그것을 위해 함께 노력함으로써 
함께 평안을 만들어가는 것임을 말한다. 
그렇다는 것은 "시스템"으로 구축되어야 "개인"이 평안을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 혼자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사회적으로 보면 "신자공동체"가 시작해야 
"세속공동체"가 안식을 간접적으로 누리게 된다. 

나는 쿠팡와우로 배송을 받는다. 
가끔 주일에 쓸 것을 놓쳐서 토요일에 급하게 필요할 때 요긴하다. 
그럴 때 머뭇거려지긴 한다. 보수교단에서 자라온 탓에 
"미리 준비하지 못함에 대한 죄책감"이 발동된다. 
한 때는 쓸데없는 죄책감이라고 여겼다. 
안식일을 과도하게 지켜왔던 신앙선배들에 대한 반발감이었다. 

그러나 "시스템과 상품소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어냄으로써 
"신앙공동체와 사회가 함께 누리는 안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월터 브루그만의 해석은 반발감을 사랑으로 변하게 했다. 
물론 행동으로써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배송기사님이 이 시스템에서 벗어나기를, 
교회만큼은 주일 배송목록에 등장하지 않게끔 해야겠다는
영혼사랑에 대한 출발이었다.

물론 오는 주 당장
주일 새벽에 떡집으로부터 따뜻한 떡을 받게 되어있다.
쉽지가 않다. "소비와 상품"이라는 시스템은
내 뼛속 깊숙히 들어와있다. 
저항하지 않고서는 결코 지키기 쉽지 않은 것이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이다. 

월터 브루그만은 
불안, 강요, 배타주의, 과도한 업무로부터의 저항할 것을 요구한다.
개인지 스스로 돌아보지 않고서는 결코 판단하기 쉽지 않은 단어들이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각 개인이 "안식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
제안할 수 있어야 하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