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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_BC

하늘을 가리는 십자가, 예수를 가리는 신자

by 우루사야 2021. 8. 9.

코로나로 아이들의 학업과 보육이 멈춘 가운데 약 한달여를 가정 안에서만 보냈습니다. 참 좋으면서도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했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하루종일 붙어있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더 힘든 것은 업무와 일상이 무너짐으로서 몸과 정신건강이 힘들어졌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공동체의 도움을 받고자 반나절의 긴급보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센터와 원에 맡기고 나오니 이제서야 하늘이 보였습니다. 사실 집에 있으면서도 하늘은 보였지만 이렇게 홀가분한 하늘은 오랜만이었습니다. 

반나절동안 그간 밀린 업무와 글쓰기를 하며 시간을 잘 보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며 글을 쓰려니 여간 힘든일이 아니더군요. 오늘은 혼자 있으며 집중해 글을 쓰고 수정하고 문맥을 조율하며 시간을 보내니 몸은 힘들었지만 역시나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시간이 되어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하늘이 맑아 핸드폰 사진기를 들어올렸습니다. 사람이란 다 똑같은게 더 많이, 더 넓게, 더 멋지게 사진을 찍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십자가가 하늘을 가리네요. 저 십자가만 없으면 더 정갈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은 목사인 나 자신이 모순적이게 느끼게 했습니다. 

얼마 전에 어르신 목사님들과 함께 있는 카톡방에 "교회첨탑 철거반대 청와대 청원서"가 올라왔습니다. 정부는 태풍에 대비해 노후된 교회첨탑들을 지속적으로 철거하고자 했습니다. 인명이 달린 문제이니까요. 그런데 목사님들의 기조는 이 또한 신앙핍박의 문제로 보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예배제한도, 첨탑철거도 뭐 하나 정부랑 부딪히는 관점이 저에게는 아직까지는 낯선 포지션이었습니다. 저도 담임목사가 된다면 달라질까요. 

이번엔 우리 교회를 봅니다. 우리교회 십자가는 더 높이 있네요. 아니 교회사진을 찍는데 옆건물이 눈에 거슬리니 저 건물이 없으면 좋겠다 생각하니 나는 대체 누구인가 싶습니다. 부디 교회 십자가가, 그리고 내가 드러내고 있는 신자라는 십자가가 이웃들에게 사랑의 징표로 보이길 소망합니다. 오늘 큐티묵상본문은 로마서 2장이었습니다. "23율법을 자랑하는 여러분이 율법을 어겨 하나님을 욕되게 하다니 말이나 됩니까? 24그것은 성경에 "하나님의 이름이 너희 때문에 이방인들 가운데서 모독을 당한다"라고 기록된 말씀과 같습니다." 게다가 오늘 송태근 목사님 새벽설교 이사야60장은 "이방에게 여호와의 영광으로 빛을 비추는 시온"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일과를 시작하는 오늘 저에게 깊게 말씀하시고자 하시나봅니다. 내가 빛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나님의 자랑이 될 수 있을까. 하늘을 바라보며 보이는 십자가 속에서 예수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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