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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과 함께 걸었네" 서평_1장 성도의 얼굴이 있는 장소를 걸었네

by 우루사야 2021. 8. 2.

한 때 신학이나 인문학에 있어서 박학다식한 강사의 강연을 보면 그 사람과 같이 어려운 단어들을 쓰면서 지적 우월감을 누리고픈 갈망이 있었다. 허나 신학을 연구했다기보다는 몸을 담은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 때 생각했던 박학다식의 영역이나 지평이 얼마나 일차원적이었는지, 그래서 지금은 좀 더 깊고 정중한 신학과 인문학의 깊이를 드러내기보다는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욕망을 가지고 책장에 꽂혀있는 책 몇권을 들어 읽고자 하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이 심정을 들쑤시기 시작하고 몸은 비틀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 석학과 대화하려면 그만한 수준이 있든지, 아니면 석학의 친절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적에서 저자의 친절함을 찾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때론 그 친절함이 다시 보면 가벼움-요즘 서점가에서 많이들 나오는 수필들에서 느껴지는-의 극치였음을 깨닫고, 나의 수준에 머리를 떨구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 함신주 목사가 보여주는 인문학으로의 친절함은, 다시금 일어나는 박학다식의 욕망을 잠재우고 차분히 여행길에 오르게끔 해준다. 코로나 상황이 시작되기 전에 함신주 목사는 성경지리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로 인해 어디론가 떠날 수 없는 나에게 이 책을 통해 여행길을 떠날 수 있게 해주었다.

"바울과 함께 걸었네"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와 IVF를 통해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게 된 함신주 목사의 저술이다. 출간이 되자마자 구입을 했지만, 시간을 내서 서평을 쓰고자 하는 마음에 지금에서야 생각을 정리하고 써보게 된다. 왜냐하면 함신주 목사도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할 때면 충분한 시간과 자리를 마련해 대화하고자 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그는 우리에게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 읽게끔 차분하고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그의 인품이나 톤이 묻어나는 문장력은 그와 함께 이야기하며 걸어가게끔 해준다. 

"어디로든 여행을 하고 싶다면 가급적 역사적 의미를 지닌 장소를 방문하는 편이 더 좋다. 여행의 즐거움과 더불어 생각이 바뀌는 경험과 인생을 유연하게 읽는 여유도 얻을 수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성경과 기독교의 역사적 장소를 방문하러 가는 여행, 이른바 성지순례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여행은 더욱 특별하다." (본권 1장 중에서)

그래서인지 저자는 인위적인 의미부여보다는 고대로부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사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들을 함께 언급해주고 있다. 1장에서는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성당을 여행하게 된다. 동서방 교회분열에 있어서 4가지의 역사적 스캔들이나 이슈들을 간단하게 언급해줌으로써 발걸음을 머나먼 이국까지 옮겨온 충분한 이유와 명분으로 설득력있게 말해주고 있다.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저자가 성 소피아 성당에서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우리에게 고민케 하는 지점까지 다다르게 된다. 마크 트웨인은 인간의 선한 욕구마저도 인간의 악한욕망에 근거했음을 풀어내고자 했지만, 나는 C. S. 루이스가 '영광의 무게'에서 언급했던 순수한 만족감을 떠올리게 되었다.

"제가 합당하게 사랑하고 경외했던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는 순수한 만족감을 누리는 순간은...... 구속받은 영혼이 자신의 창조 목적을 성취하여 창조주를 기쁘게 해 드렸다는 사실을 마침내 알게 될 때 벌어질 상황입니다." (영광의 무게 1장 중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나 노트르담 성당을 다녀온 사람들이 말하는 경외감은 사실 높은 천장이 주는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압도감이고, 이는 비교적 더 큰 것들에서 사라질 일차원적인 감정들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신학적 인식이 부재한 사람들의 기독교 유적에 대한 에세이나 후기들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함신주 목사는 성 소피아 성당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경외감이 무엇인지 신학적으로 친절히 풀어내고자 했다. 마치 루이스가 말하는 순수한 만족감을 우리가 예배당에서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를 답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교회의 역사에는 성스러운 감정을 분별하고 해석하는 많은 방식이 존재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종교에서 성스러움에 대한 해석과 분별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인간은 하나님의 영광의 자리를 허무한 것으로 바꿔버린다는 사실이다. 신학적 해석과 분별작업을 생략한 인간의 욕망은 신앙을 지극히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고 종교를 미신적 관념으로 전락시킨다. 이런 잘못된 시도들은 중세교회를 암흑의 시기로 만들었다." (본권 1장 중에서)

만약 함께 여행길을 떠났다면 이 지점에서 함 목사와 함께 많은 예전적 이슈를 함께 논하고 나누며 진한 카페인을 나누고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도 나에게 형님다운 풍성함으로 "로마카톨릭적 예전요소를 개신교 목사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차분히 설명해주었을 것이다. 마치 1장의 마무리 부분처럼 말이다. 그는 성모 마리아와 성 소피아 성당의 데이시스를 논하며 1장을 마무리 짓고 있다. 1장을 읽고 간단히 정리한 후 서평을 써보니 그와 통화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17장까지 쓴 후에 그간 미뤄온 점심 한끼를 함께 먹을 생각으로 이만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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